칼럼

박영자(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탈사회주의 시장화란 무엇인가?

탈사회주의 시장화(Marketization)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가 진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질서 또는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과 확대, 그리고 시장의 발생과 확산을 포괄한다. 즉, 시스템으로서 시장과 거래 장소로서 시장 개념 둘 다를 포괄하며 전체로서 수요와 공급을 기반으로 한 자율적 가격결정 구조의 확산을 의미한다.

시장(Market)과 시장경제(Market economy), 그리고 시장시스템(Market system)은 동의어가 아니다. 보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모든 거래의 장소를 시장(Marketplace)이라고 정의하는 것에 반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경제를 시장경제라 한다. 시장시스템은 중앙집권적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행위자의 필요에 따른 거래로, 시장경제의 여러 기관과 행위자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인간 활동을 조율하는 경제체계를 의미한다.

북한의 시장화 역사

북한의 시장화는 1980년대 북한의 계획경제 위기 이후, 1989년 평양축전으로 대표되는 과시성 우상화 사업 지속, 코메콘(사회주의 국가 간의 경제상호원조회의) 붕괴, 배급제 불안정, 외화벌이 확대, 자력갱생 정책, 장마당 경제 확대, 주민 생존방식의 진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과 대북제재, 북한정권의 경제정책 등을 배경으로 한다. 이 대내외적 요인과 배경이 상호작용하며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되었다. 1980년대~2017년 현재까지 전개되고 있는 북한의 시장화 역사를 도형화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북한의 시장화 역사: 1980~2017>

북한의 시장화 역사 그래프

위 <그림>에서 보듯이, 1990년대를 기점으로 30여 년 간 진행된 북한의 시장화 역사는 나선형의 발전과정을 보인다. 특히 2005~2009년 간 시장화로 인한 사회변화로 체제 불안감이 높아진 북한정권에 의해 시장이 위축되고 배급제로의 회귀를 구상한 화폐개혁이 단행되었다.

그러나 2009년 말 북한의 화폐개혁은 실패하였고 이후 북한의 시장경제는 다시 발전하였다. 나아가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시장화 진전과 함께 북한 사회의 불평등과 빈부격차, 부패가 심화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북한경제에서 시장은 없어서는 안되는 경제질서이다.

‘북한 시장화 촉진’ 목표와 전략

‘북한 시장화 촉진’ 정책의 목표는 통일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에의 기여이다. 이는 북한지역에 자유민주적 경제엘리트 형성, 민주적 시장제도, 빈곤감소형 성장모형, 북한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는 국제적 규범과 한국의 경제발전 방향에 연결되는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한반도 통일국가’의 미래상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접근 전략으로 먼저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작은 통일의 구현 시각’에 기반한다. 통일과 통합을 하나의 연계된 과정(process), 즉 ‘남북통합 과정’으로 인식하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행위자 중심의 시장화 촉진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특히 과정이라는 인식 하에 북한 내 경제분야 엘리트 형성 및 남북 경제엘리트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북한 시장화 촉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지역에 자유민주적 시장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1차적 초동 주체를 구축하고, 그들을 매개로 2차적 사회 주체나 조직을 형성하면서, 북한체제의 개혁.개방.흐름을 확산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탈사회주의 시장경제화와 빈곤감소형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북한의 제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과 동력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탈사회주의 시장화 국가들의 비교분석에 기초할 때 중요한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배인을 포함한 기술관료·상인·외화벌이 일꾼·지식인·노동자 계급 등 정치적 기회 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행위주체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내적 역량증진)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들 간의 동맹을 촉진하는 협력 사업들이다.

남북경협 확대로 북한지역에 자유민주적 경제발전 주체 형성

수많은 탈사회주의 비교사례 연구결과, 기술 관료와 지식인 동맹은 공산당 정치 관료들의 권력 지속이나 ‘새로운 독재체제’의 등장을 막아 냈다. 한편, 기술 관료와 지식인 동맹, 그리고 노동자 계급이 유약한 국가에서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활용한 개발독재가 성행하였다. 그리고 정치 관료와 기술 관료가 권력의 균형을 이루고 아래로부터의 자본주의를 형성한 국가에서는, 기술 관료가 정치 관료의 경제독점 사업을 견제하는 한편 정치 관료들은 기술 관료의 자유개혁 의지를 조절하면서 시장경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였다. 이로부터 두 가지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하나는 남북경협의 중장기적 시각에서 북한의 막강한 정치 관료에 대당할 수 있는 지배인 포함 기술관료·상인·외화벌이 일꾼·비판적 지식인 형성 및 그들의 임파워먼트 방안을 모든 사업에 견지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단기적으로 현재 북한에서 시장 활동을 통해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모색하는 국경-도시 지역·중류층·40대 이하 주민들과 하층 간부들을 주목하며 남북경협 과정에서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박영자

2013년부터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북한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체제변동, 균열과 통합 관련해 연구하고 있다. 그 외 통일부, 민화협, 지자체 등의 북한통일 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 녀자: 탄생과 굴절의 70년사』(2017), 『북한 기업의 운영실태 및 지배구조』(2016), 『북한인권 제도 및 실태 변화추이 연구』(2016) 등이 있다.

 

목차보기

[칼럼] 북한의 시장화를 촉진하는 남북경협

[남북교류달력] 9월 (남북교류협력 관련 주요 약사)

[북한 대외경제협력 동향] 북중 접경지역 동향 외

[남북교역 분야별 추진과정과 북한의 사업관행] 남북교역 특성 및 개관

[나도 전문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언제 제정되었을까요?

[현장스케치] 북한 자원의 진짜 가치를 찾아라!「한국광물자원공사 남북자원협력실」

[알림마당] 제12기 남북경협실무아카데미 수강생 모집 외

[소통마당] 지난호 인기기사 등